맘에 쏙 드는 동네가 있는게 아닌데, 3박 4일도 아니고 한 달을 머물 곳을 정해야한다는게 부담스러웠다.
주변 의견을 들어 짧게는 3일, 길게는 일주일 정도로 동네를 바꿔갔는데 곳곳을 누벼볼 수 있어서 좋았다.
나름의 루틴으로 하루를 보냈다는 것
아무 할 일 없이 왔던 7월과 달리, 프로젝트를 하나 물고 왔었다. 덕분에 오전~오후 시간은 업무를 하고 나머지 시간에 휴식을 하는 데 집중했다. 그러니까 생산성이 더 올라가고, 쉴 때에도 죄책감 없이 푹 쉴 수 있었다.
올레길을 다섯코스나 걸었다는 것
새로운 취미를 얻게 되었다.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보고 싶은 로망이 있었는데, 굳이 비행기타고 멀리까지 가서 걸어야할까? 하는 생각을 했었다. 그래서 제주 올레길을 걸었고, 많이 힘들었지만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. '걷기'에 관심을 두다보니 서울 둘레길도 올레길처럼 걷는 코스가 있단걸 알게 되었고 10월에 쫌쫌따리 걸어볼 예정.
떠나는게 아쉬웠는지 이 날은 조금 일찍 일어났다. 구름에 가려지긴 했지만 멋진 일출을 볼 수 있었다.
제주에서 마지막 러닝
모든 운동이 나와의 싸움같지만
특히 러닝은 내가 제일 추구하는 '남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와 비교함' 이 잘 적용되는 운동같다.
달리는 코스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, 어제보다 조금 더 오래 또는 빨리 또는 멀리. 내가 원하는 목표를 잡고 달릴 수 있는게 좋았다.
그리고 Y가 추천해줬던 황태해장국을 먹었다.
난 황태 해장국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인지 몰랐다. 내 기억으로 저 생선살에 가시가 왕왕 있어서 먹기 불편했었는데 웬걸! 굉장히 부드러웠다. 여기에서 먹었다.
면세점은 흐린눈
그간 해왔던 여행을 돌이켜보면
아니, 그간 면세점에서 사왔던 물건들을 보면
내가 평소에 필요했다라기보다
남들이 추천하는, 꼭 사야하는 물건! 들이었다.
필요하지도 않은데 꼭 사야하는 물건이 있을까? 한정판이더라도 나에게 쓸모가 없으면 예쁜 쓰레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. 그래서 그냥 흐린눈하고 탑승구 근처에서 시간을 보냈다.
그런데 한 3-4살정도 되어보이는 애기가 아빠한테
"아빠! 저기 초록색 옷 입은 아저씨 대머리야!"
라고 외치는 바람에 뜻밖에 웃참챌린지를 했다 ㅋㅋㅋ
그 아이의 아빠는 엄청 당황하며
"OO야, 그런 이야기하면 아저씨가 많이 속상할거야-" 라고 했는데 내가 봤을 땐 아빠 말 때문에 더 속상할 것 같았다 ㅋㅋㅋ